수제비 도시락

 

고등학교 때의 일이다. 점심시간만 되면 고통스러울 때가 많았다.
하루를 거반 강냉이죽으로 연명할 때라 도시락을 싸 오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.
아버지 없이 5남매를 키운 어머니였기에 그저 살아 내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시절이었다.

그날 아침은 밀린 수업료 때문에 죽도 못 먹고 문 밖에 서 있었다. 다음에 준다는 엄마의 말에 그저 막막했다.
종례시간이면 여지없이 이름이 불려지고, 그때마다 머리를 책상에 박고 죽고 싶었던 시절, 점심시간이면
고픈 배를 움켜쥐고 학교 안 정원 한쪽으로 나가 햇살 한 움큼 입 안에 넣고 그나마 쓰린 배를 다독였다.

그때였다. 교실 창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얼굴을 내밀며 소리를 질렀다. “얘! 네 엄마가 도시락 가지고 오셨어.” 깜짝 놀라 교실로 들어갔다. 엄마는 나를 보자 얼른 보자기를 푸셨는데 세상에! 겹겹이 싼 그 속엔 찌그러진 노란 냄비가 들어 있었다.
냄비 뚜껑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제비…. 아이들은 와 맛있겠다며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너무 창피해서 그만 얼굴을 책상에
파묻어 버리고 말았다. “아침도 안 먹었는데 배고프겠다. 어여 들거라.” 하며 내 손에 수저를 들려 주셨는데 그때 엄마의 눈빛이
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듯 젖어 있었다.

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수제비를 바라보는 아이들. 민망함에 순간 엄마를 외면했지만, 친구가 수제비와 바꿔치기해 놓고 간
달걀말이 도시락을 보면서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. 그리고 수저를 몇 번이나 들었을까. 쓸쓸히 교문을 나서는 엄마의 굽은 등을 보고
울컥 횡격막이 흔들렸다. 쌀밥은커녕 끼니도 못 챙겨 주고 수업료조차 제때에 못 주는 딸에게 하염없이 미안했던 엄마는
수제비라도 끓여서 딸에게 가져오고 싶으셨던 거다. 나는 평생 그날의 수제비 도시락을 잊지 못한다.
수제비 도시락이 식을까 봐 천으로 둘둘 말아서 품에 안고 뛰어오신 엄마!
지금 생각해 보면 그 점심 밥상이 얼마나 뜨겁고 눈물겨운지….

살아 계실 때 내가 엄마에게 정성스런 밥상을 차려 준 적은 과연 몇 번이나 될까. 가족끼리 모여 앉아 풍성한 밥상을 대할 때마다
가장 먼저 생각나는 엄마! 내일은 마음을 다해 따뜻한 밥상을 들고 엄마에게 다녀와야겠다.
내가 지은 시 한 수 읊어 드리고 마주 앉아 따뜻이 밥 먹고 와야지.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ㅡ 글 : 시인 정영주 ㅡ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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* 뿌리없는 나무가 없고 뿌리없는 나무에 잎이 피지 않듯이
   숭조는사람의 도리이다.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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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야무진의 포토에세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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